효성, 하이닉스 인수 포기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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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1일 저녁 서울 공덕동 효성 본사. 효성의 전략본부 인수합병(M&A) 담당자가 최고경영진에게 ‘하이닉스반도체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특혜 시비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주주가치를 중시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소홀히 하지 않았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효성 경영진은 이 보고서를 보고 치열하게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고 한다. 결국 경영진은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음 날인 12일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 의향을 철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한 주된 이유로, 국내외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전망과 하이닉스의 경쟁력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결과 그 자체로 경쟁력을 갖춘 회사였지만 인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국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수 자금에 대해서도 자체 자금과 국내외 재무 투자자와 컨소시엄 구성 등을 심도 있게 준비했다고 효성은 설명했다.

연간 7000억원에 달하는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일부 사업부와 자산을 매각하고 지주회사 전환, 해외 부문 상장 등을 검토했다는 설명이다. 효성이 예비인수제안서 제출 마감일(16일)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하이닉스 포기를 선언한 것은 인수를 둘러싼 특혜 시비뿐만 아니라 최근 총수 일가의 해외 부동산 매입,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효성그룹 비자금 수사 봐주기 의혹’과 관련해 여야 공방이 절정으로 치달았었다. 야당 측은 당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촉구하면서 법무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또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 의사를 밝혔을 때 “시너지 효과도 없고 인수자금도 부족할 것”이라며 부정적 의견이 주류를 이뤘던 시장 반응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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