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마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기술인력 관리제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는 헤드 헌터들이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독특한 기술직 승진체계(Technical Ladder)를 통해 사람을 아끼는 기업으로 소문나 있기 때문.

1968년부터 TI가 도입한 이 제도는 기술 인력들이 관리직으로 이직하지 않고도 명예를 얻으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TI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부장급의 '기술인력그룹' (MGTS)에서부터 수석 부사장급인 '프린시플 펠로우' 까지 모두 6단계의 직급을 두어 사무.관리직과는 별개의 승진체계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이 승진코스에 진입하면 '기술의 장인' 으로서 인정을 받는 만큼 심사과정도 엄격하다.

기술개발에 대한 기여도와 개인별 특허보유 상황, 논문발표 등을 심사기준으로 삼아 각 지역별 심사와 본사 기술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특히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단계별로 엄격한 인원비례 원칙이 적용된다.

부장급인 기술인력그룹은 전체 기술직의 12%이며, 그 바로 위의 수석기술인력그룹(SMTS)은 기술인력그룹의 2분의 1 이하로 정해놓고 있다.

이들 위의 임원 대우를 받는 최고기술인력(펠로우)이상의 기술자는 전세계 TI직원 가운데 48명에 불과하다.

TI 코리아에도 현재 6명이 기술직 승진체계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명칭도 부장이나 이사 대신 MGTS나 펠로우라고 불린다.

기술계통에서는 TI의 펠로우 출신이라면 주요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조건을 묻지 않고 스카웃을 할 만큼 명예로운 호칭이기 때문이다.

TI코리아의 김성실 SMTS는 TI코리아에 스카웃된지 12년만에 이 직위에 올랐다.

그는 TI의 주력제품인 디지털 신호처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자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근무시간도 자유롭게 짤 수 있으며 국내외의 각종 세미나와 강연에 초대받기도 한다.

TI코리아 측은 "기술인력 가운데에는 관리직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고, 특히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 이 승진 제도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