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선수회 싸고 고민 많은 주장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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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모임을 갖던 지난 23일 오후 11시30분 서울 송파구 방이동 뉴올림피아나 호텔에 119 구급차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나타났다.

임시총회를 마치고 선수회에 가입할 선수를 기다리던 현대 주장 김인호(33)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깨어나지 않자 동료 선수들이 구급차를 부른 것.김은 인근 중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갔으나 다행히 24일 오전 2시30분쯤 의식을 회복, 귀가했다.

선수회 창립을 둘러싸고 선수들과 구단이 충돌하면서 팀 주장들이 얼마나 큰 고민에 빠져있나를 알게해 준 해프닝이었다. 주장들은 경력이 많은 선수들로서 이번 일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다 후배선수들의 앞날을 염려해야 하는 두가지 짐을 지고 있다.

게다가 구단측은 주장들을 통해 구단의 입장을 선수들에게 반강압적으로 전달하고 있어 주장의 짐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구단과 선수사이를 오가야 하는 입장이다.

창립총회가 열렸던 21일 삼성 김기태와 LG 유지현이 의견 충돌을 빚은 것도 '큰 형님' 으로서의 고민과 갈등이 컸기 때문이다. 누적된 스트레스로 쓰러진 김인호에게서 진통을 겪고 있는 프로야구의 현주소가 드러나 보인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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