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반대 명단파문] 명단 발표장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어온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 명단이 발표된 24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실 주변은 명단을 입수하려는 수십명의 국회의원 보좌관들과 수백명의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대통령선거 때마다 후보 초청 관훈클럽 토론회가 열리는 장소인 국제회의실 주변은 마치 대선을 며칠 앞둔 것처럼 열띤 취재경쟁이 벌어져 정국에 '태풍의 핵' 으로 등장한 명단의 위력을 입증했다.

"명단 추리기 작업은 차라리 악몽과도 같았다. 기준 선정과 사실 확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결격사유를 가진 의원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아예 공천 희망자 명단을 뽑고 싶을 정도였다. "

24일 공천 반대 명단 발표후 총선연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 한미디를 넋두리처럼 읊조렸다.

○…명단발표 직후 국회의원 보좌관 수십명은 핸드폰을 들고 급히 밖으로 빠져나갔으며, 명단이 담긴 자료집과 디스켓이 배포되자 보좌관과 취재진 수십명이 자료집을 얻으려 몰려들면서 임시로 설치한 테이블이 무너지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자료를 얻지 못한 한 보좌관은 "돈을 줄테니 당장 자료집을 구해달라" 고 요구해 주위의 눈총을 샀다.

또다른 비서관은 "의원님 이름이 포함돼 있다고 알려드렸더니 아무 말씀도 없이 전화를 끊으셨다" 며 "의원님보다 자격이 떨어지는 사람들도 빠진 걸 보면 선정과정과 기준에 문제의 소지가 많다" 고 불만을 터뜨렸다.

○…명단발표 직전 대학 운동권 출신인 우상호.함운경.허인회씨 등은 '낙선운동과 정치개혁을 지지하는 청년정치인 일동' 42명의 명의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지지 및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돌렸다.

○…선정기준의 형평성에 대해 질문이 제기되자 총선연대 장원 대변인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세밀한 검토작업을 거쳐 정해진 명단" 이라며 일축했다.

그는 "선정과정에서 지역과 소속 정당,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했고 당초 계획과 달리 발표일자를 유보할 정도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철야작업끝에 작성됐기 때문에 후회되는 부분은 전혀 없다" 고 말했다.

○…공천반대 명단을 발표한 기자회견장의 최대 화두는 단연 꺼지지 않고 되살아난 '한보의 망령' 이었다.

권노갑(權魯甲)전 의원 등 모두 19명이 한보그룹 전회장 정태수씨로부터 받은 돈 때문에 유권자 심판이라는 철퇴를 맞게됐기 때문이었다.

회견장 일각에서는 "한보비리를 빼면 우리 정치사에 부패비리 의혹 사건은 반으로 줄 것" 이란 농담이 오갔다.

박신홍.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