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BO에 수습책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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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발족을 둘러싸고 선수들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중심으로 한 구단측간 마찰이 심상찮다.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경기 포기 등 최악의 사태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프로야구 선수도 싫든 좋든 경기력을 발휘해야만 소속 구단으로부터 정해진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근로자와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이들이 자신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협의체를 결성한다는 것은 자연스런 움직임이다.

미국.일본의 프로야구 선수노조가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쌍방울구단의 퇴출이 거론되는 등 국내 여건이 어려운 데다 외국에 비해 야구역사가 짧으니 너무 이르지 않으냐는 시기상조론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상대적 약자인 선수들이 그동안 구단측의 횡포에 시달려온 데다 소수 스타급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생활급에도 못 미치는 연봉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이같은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1982년 시작된 프로야구지만 당시와는 여건이나 상황이 크게 변했다.

그때는 정권의 눈치를 보며 울며 겨자먹기로 떠안은 기업도 있었지만 이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런데 구단이나 KBO는 시대 흐름을 외면한 채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기득권에 집착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어 실망스럽다.

박용오(朴容旿)KBO총재의 "선수협의회가 구성되면 프로야구를 그만두겠다" 는 한마디가 이들의 인식을 잘 말해준다.

과연 수백만명의 팬을 가진 프로야구 최고책임자로서 할 수 있는 말인가.

프로 스포츠는 팬을 즐겁게 해주는 게 생명이다.

KBO나 선수협의회나 야구 팬의 입장에서 사태를 풀어야 한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 출범 당시의 슬로건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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