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엡슨 사장 다카하시 마사유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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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국엡슨의 다카하시 마사유키(高橋正行)사장 집무실은 벽이 유리로 돼 있다.

"사원들과 거리감을 없애고 사장이 무엇을 하는지 사원들이 알 수 있게끔 일부러 확 트인 사무실을 골라 입주했습니다. " 82년 엡슨에 입사하기 전까지 일본무역진흥협회(JETRO) 소속으로 세계시장을 돌아다니며 몸에 밴 그의 개방적 자세를 읽을 수 있다.

엡슨이 한국의 컴퓨터 프린터시장에 기울이는 노력은 각별하다. 해외법인에는 중역을 파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엡슨은 본사 중역인 그를 1998년 외환위기 직후 한국에 보냈다.

이때부터는 오랫동안 맺어온 삼보컴퓨터와의 프린터 제휴계약을 중단하고 직접 한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국엡슨의 프린터 시장 점유율은 20%선. 올해부터 프린터의 수입관세가 완전 철폐되고 삼성전자가 컴퓨터 프린터를 차세대 주력상품으로 선정하면서 삼성전자.휴렛 팩커드.엡슨.캐논 사이에 더욱 뜨거운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 프린터시장의 잠재력은 대단합니다. 치열한 자유 경쟁의 대표적인 분야라고 봅니다. " 그는 한국에는 보급형 잉크젯트 제품이 주종이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되면 사진처럼 선명한 고급 프린터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엡슨은 시계회사에서 출발한 만큼 축적된 정밀기계 기술로 정면승부 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일본시장 점유율 1위라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한국내 인지도를 높이려고 탤랜트 김규리씨를 내세워 광고도 시작했다.

다카하시 사장은 "컴퓨터 분야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앞서가는 선진국" 이라며 "한국정부의 규제완화 노력 덕분에 비즈니스에 별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고 말했다.

그의 가족(5명)은 영국.홍콩.일본 등 세계 4개 국가에 흩어져 살고 있는 국제적 이산 가족. 다카하시 사장도 호텔에 혼자 장기투숙하면서 전화와 e-메일로 가족간의 유대를 잇고 있다.

그는 "한국기업들도 외환위기 이후 방어적인 입장에서 외국에 넓은 인맥을 구축하는 게 국제화시대에 도움이 될 것" 이라고 충고했다.

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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