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학] 100만원 쓴 철이네보다 80만원 쓴 영이네가 헤픈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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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 영이네=회사에 다니는 아빠가 한 달에 1백만원을 번다. 이 가운데 80만원은 옷을 사는 등 가족의 생활비에 쓴다 나머지는 저축한다.(소득=소비+저축)

#2 철이네=청과물 가게를 한다.한 달 수입이 보통 1백50만원,50만원은 저축하고 1백만원을 가족 생활비 · 외식비로 쓴다.

우리는 씀슴이가 헤프다는 말을 자주 쓰지요.두집 가운데 어디가 씀씀이가 헤플까요?

철이네가 영이네보다 20만원 많은 1백만원을 썼으니 씀씀이가 헤프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다른 사람보다 더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씀씀이가 헤프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차라리 영이네가 철이네보다 씀씀이가 헤픈 거예요. 영이네의 경우 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80%이지요. 이를 '평균소비성향' 이라고 하고 수식으로는 '(소비÷소득)×100' 이라고 합니다. 소비하고 남은 돈은 저축한다고 했으니 소득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율인 '평균저축성향' 은 20%가 되겠지요. 소비가 늘면 저축은 줄어들테니, 평균소비성향이 는다는 말은 평균저축성향이 준다는 말과 같은 뜻이라는 걸 알겠지요? 철이네는 평균소비성향이 '(1백만원÷1백50만원)×100〓67%' 가 될 거예요. 영이네 소득 수준(1백만원)으로 생각하면, 영이네는 한 달에 80만원 쓰지만, 철이네는 67만원밖에 쓰지 않는다는 얘기지요. 그러니 영이네가 철이네보다 소득에 비해 더 많은 돈을 쓴다고 할 수 있겠죠? 보통 소득이 많아지면 소비도 늘게 되지요. 우리나라 사람보다 미국 사람이 훨씬 더 많은 돈을 씁니다. 그렇다고 미국 사람들이 헤프다고 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자기가 번 돈 중에서 소비가 얼마나 차지하느냐에 따라 헤픈지, 검소한지를 알 수 있는 것이지요.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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