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먹듯이 굶는 것도 밥술이란다
까무라칠 듯 앓으며 앓으며
겨우 잎 피운 것도 목숨이란다
너는 그런 거 모르제
굶은 적도 앓은 적도 없는
너는 그런 거 모르제
마구잡이 휘몰아 천둥번개 치다가
돌풍으로 삭신 산산이 녹이다가
누더기 같은 누명으로
칠칠 싸잡아 갈기다가
숨은 별빛 안고 가슴 외면하고
저 혼자 돌아드는
너도 바람아
- 추영수(63) '너도 바람아' 중
한 줄기 바람이 빈 가슴에 회오리 치고 지나간다.
굶는 것도 밥술이라고□ 그렇게 살아온 세월을 짐짓 바람에게 귀띔해 주는 이 능청스러움! 바람 앞에서 잘도 흔들리고 잘도 쓰러지는 시들을 흔히 보지만 이 시에서 추영수는 오히려 서 힘차
게 일어나는 겨울나무가 되고 있다.
이 겨울 아침은 산등성이나 강가에 나가 '너도 바람아!' 하고 내가 바람임을 외쳐볼까□
이근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