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건설사들 잇단 공격경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법정관리.화의.워크아웃 상태의 건설회사들이 올들어 유난히 공격적인 경영을 선언하고 나섰다. 1997년 말 외환위기를 전후해 좌초된 이들 기업은 지난해 말까지 제대로 사업을 못했는데, 올들어선 경영목표를 전년 대비 많게는 수백%씩 올려잡았다.

업체들은 주택분양 경기가 나아지고 있고 새 천년을 맞아 재기.도약의 기회로 삼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실기업의 퇴출 문제를 거론하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뻥튀기용' 사업을 발표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동아건설은 2000년을 '도약의 해' 로 정하고 수주 3조5천억원, 영업이익 1천5백억원을 달성해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강점인 토목과 플랜트 분야를 강화하고 환경에 특화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주택건설업체들도 사업계획을 더욱 크게 늘렸다. 우성건설은 지난해보다 4배 늘어난 7천8백여가구를, 건영은 3배 증가한 6천5백가구를 올해 분양물량으로 잡았다.

우방도 3배인 1만3천7백여가구를, 한신공영은 2.5배 많은 6천5백여가구를 분양키로 했다. 몇년동안 분양실적이 없던 한양도 올해 1천5백여가구를 내놓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회사 경영상태가 나아져 새 사업을 벌일 여유가 생겼고 경기 호전을 계기로 재기하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자금력이 그만큼 풍부하지 않고 경쟁이 치열한 관공사 등 수주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황성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