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장선우 감독 작품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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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거짓말' 은 장선우(47)감독의 작품이기에 더 논쟁적인지 모른다.

무명 감독의 작품이었다면 영화계나 세인의 주목을 그다지 끌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거짓말' 은 현지의 평가는 다소 부정적이었지만, 베니스영화제라는 유수의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작품이다.

그러나 장감독에게 이번 '거짓말' 파문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15년간 10편의 장편영화를 만든 그는 작품을 내 놓을 때마다, 좋게 말하면 문제 제기적이었고 부정적으로 보면 선정적이었다.

'거짓말' 의 바로 전 작품인 '나쁜 영화' 도 등급을 받지 못해 한차례 반려된 뒤 결국 제작사에서 일부 장면을 들어내고서야 상영할 수 있었다.

10대 '비행 청소년' 들의 이탈된 행동(본드 흡입.절도.혼숙 등)을 가감없이 드러낸 이 영화는 '10대들에게 그런 연기를 시켜도 되느냐' 는 윤리적인 문제와 작품의 수준 때문에 찬반 양론에 시달렸다.

1994년작 '너에게 나를 보낸다' 는 아예 '포르노그래피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와 예술.사랑 등 모든 가치를 부정하고 싶었다' 고 스스로 말할 만큼 위악적인 영화였다.

1970년대 후반 대학을 다닌 그는 마당극 운동을 하면서 유신 독재에 맞선 이력을 갖고 있다.

1980년대 초 영화운동으로 넘어온 그는 영화이론에 관한 글을 발표하면서 '열린(열려진) 영화' 라는 개념을 주창했다.

마당극.판소리.탈춤처럼 관객이 영화와 어우러지는 작품을 지향한다는 것이었다.

비록 '열린 영화' 는 아니었지만 장감독의 초기 영화들은, 외국에서도 그를 박광수 감독과 함께 '코리안 뉴 웨이브의 기수' 라고 부를만큼 수작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접어들면서 그는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말끝마다 '장자' 와 불교의 '화두' 를 거론했다.

'모든 것이 가짜다. 좋은 영화, 나쁜 영화가 어디 있느냐. 기존 관념과 기득권을 벗어던지라' 며 '도인' 처럼 돼갔다.

그를 지지하는 평자들은 그의 이같은 '자유로움' 을 한국 영화가 일찍이 가지지 못했던 소중한 것으로 옹호한다.

그러나 "감독이 지향하는 의도가 어떻든 결과물이 그런 의도를 담아내고 전달하지 못한다면 영화적으로 실패한 것 아니냐" 는 반대론도 강하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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