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들 역사 교육은 체험 통해 가르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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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엄마, 고구려가 뭐야?"

"일본 사람은 나쁘니까 혼내줘야 한대."

최근 TV 오락프로그램까지 고구려사나 친일진상규명문제를 다루다보니 아이의 느닷없는 질문에 진땀을 빼는 가정이 적지 않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전의 유아들에겐 그런 역사를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다.

중앙대 박찬옥(유아교육과)교수 등과 함께 유치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역사교육 연수프로그램을 연구했던 서울국악유치원 임경애 원장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조차 시간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유아들에게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역사를 인식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유치원에서는 역사를 '가르친다'고 하지 않고 '함께 행한다'또는 '함께 활동해 본다'고 한다는 것.

이를테면 토기 같은 유물이나 당시 옷차림.머리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그림 등 실체가 있는 매개물을 가지고 현재와 비교해 설명해주라는 것이다. 고구려에 대해 궁금해하는 아이에겐 무용총 벽화 등이 좋은 이야기 소재가 될 수 있다. 이때도 수직적인 역사의 흐름까지 이해시키는 것은 무리. '고구려라는 나라에선 이렇게 살았구나' 정도만 아이가 받아들여도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옛날 이야기 그림책은 옛사람들의 모습을 가장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오진원 이사는 "성급하게 위인전을 읽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이들에겐 엄마.아빠의 어린 시절도 '역사'속 풍경인 만큼 가까운 데서 출발해보라"고 조언했다.

'똥떡' '싸개싸개 오줌싸개' 등 지금까지 6권이 출간된 그림책 '국시꼬랭이 동네' 시리즈(언어세상)의 경우 아이에게 부모 세대의 생활상을 생생히 보여준다.

지도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12세의 1남3녀를 키우는 주부 박미향(서울 상계동)씨는 "우리나라 지도나 세계지도가 담긴 그림책을 보면서 일본이나 중국 등 외국과의 역사를 간단히 설명해줄 수 있다"며 "직접 지도를 그리게 하면 더욱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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