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왜 이형자씨만 구속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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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검찰이 10일 이형자(李馨子)씨를 위증 혐의로 구속 수감함으로써 1년 가까이 관심을 끌었던 옷 로비 사건 수사가 마무리됐다.

나라 전체가 흔들릴 만큼 시끄러웠던 사건치고는 결말이 지나치게 허술하고 보잘 것 없어 허망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옷 로비 사건은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다. 검찰은 상당 기간 회복이 힘들 정도로 타격이 컸고 공직자 본인은 물론 부인들까지 처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교훈으로 남겼다.

특히 검찰은 이형자씨를 구속하는데 '성공' 했지만 칭찬은 커녕 온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또다시 패배자가 됐다. 수사 검사와 영장 발부 법관 외에는 李씨 구속에 수긍하는 사람들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 아닌가.

국회 청문회.특별검사 수사 과정을 통해 국민은 누가 어떤 위증을 했는지도 아직 기억할 정도로 나름대로 사건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이 느끼기에는 모두가 거짓말을 했고 李씨보다 더 심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인 사람도 있는데 왜 李씨만 구속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 제도 도입을 반대하던 특검의 결론을 뒤엎고 다른 결론을 내렸으니 혼란과 의혹이 증폭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여론 재판을 하라는 게 아니다. 법 적용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게 일반 여론이다.

이같은 어이없는 마무리는 이례적으로 동일인에게 세번씩이나 청구된 특검의 구속영장이 거푸 기각돼 특검 수사가 벽에 부닥칠 때부터 예견됐었다. 특히 검찰이 청구한 또다른 피의자의 영장도 기각되고 검찰 의뢰에 따른 여당 단독의 국회 고발도 수사 초점이 李씨에게 모아지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구속의 형평성에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갖는다면 법원도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영장 발부 과정에서 재판부 기피 신청까지 있었던 점도 부담이다. 李씨의 구속으로 옷 로비 사건의 소모성 시비를 해를 넘겨 연장시키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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