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운동' 외국선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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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민단체가 특정 정치인에 대해 낙선 또는 지지운동을 벌이는 일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흔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선거법(87조)에서 노동조합 이외에 단체의 선거운동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특정 후보에 대한 공개적인 낙선운동은 개별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정밀한 평가에서부터 출발한다.

미국의 시민단체들은 이미 1970년대부터 의회 속기록과 각종 법안에 대한 의원들의 투표 기록을 분석, 유권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선거에서 의원들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민주실천을 위한 미국인의 모임(Americans for the Democratic Action)' 이 제공하는 'ADA스코어' 와 '미국 보수주의자연합(American Conservative Union)' 의 'ACU스코어' 가 그것이다.

정치인의 진보.보수 성향을 측정해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한다.

또 대표적 시민운동가 랠프 네이더가 71년 창설한 '퍼블릭 시티즌' 의 의회감시기구인 콩그레스 워치는 소비자 권익.환경분야 등에서 20개의 주요 개혁 법안에 대한 의원들의 찬반 여부를 물은 뒤 종합점수를 매긴다.

물론 여기서 점수가 낮은 의원은 선거가 있을 때 낙선운동 대상 1순위가 된다.

미국 시민단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직접 정치후원회를 결성한 뒤 정치자금을 모금해 자신이 지지하는 공직선거 후보자에게 기부하거나 낙선 대상 후보자의 낙선운동에 쓰기까지 한다.

미국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은 가공할 영향력을 발휘한다.

환경단체인 '환경실천위원회' 는 선거 때마다 반(反)환경적인 의원들을 선정해 '더러운 12인(Dirty Dozen)' 을 발표해 왔다.

최근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낙선 대상자 52명 중 24명을 떨어뜨렸다.

또 전국 보수주의자 후원회는 80년 선거에서 가장 진보적인 상원의원 6명을 지목해 그 중 4명을 낙선시키는 위력을 보였다.

영국도 '민주주의의 원조' 라는 명성에 걸맞게 특정 후보자 낙선운동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선거운동이 모든 단체 및 개인에게 무한정 허용된다.

독일의 경우는 시민단체를 대신해 언론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다.

기획취재팀〓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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