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보안법 폐지"로 급선회… 한나라선 "강력 저지" 결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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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폐기를 강조함에 따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6일 일제히 보안법을 폐지하자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당정은 그동안 관련 부처나 의원별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결론을 유보했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보안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만큼 그것이 곧 정부의 입장"이라며 보안법 폐지 추진을 공식화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도 노 대통령 발언을 적극 지지하며, 보안법 폐지 당론을 조기에 정하기로 했다.

이부영 당 의장은 상임중앙위에서 "보안법 폐지에 대해 여러 차례 얘기가 있었으나 결말을 찾지 못한 것은 냉전시대의 비극"이라면서 "세계의 흐름과 같이 가는 남북 화해를 확인하기 위해선 보안법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은 "보안법은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고자 하는 양심세력을 무참하게 잘라냈다"며 "조만간 당론을 정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당 지도부가 이번 주 안으로 당내의 의견을 조율하는 작업에 나서는 등 당론을 신속하게 확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당론 확정시기는 늦어도 9월 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정부.여당의 보안법 폐지 움직임에 강력히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박근혜 대표는 "보안법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며 국가안보의 상징"이라며 "폐지는 절대 있을 수 없고 다만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개정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의 보안법 폐기 발언은 특유의 편 가르기를 통해 친노(親盧)세력을 결집하고, 권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보안법 폐지는 물론 폐지 수준의 개정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른 시일 안에 보안법의 일부 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열린우리당은 보안법 폐지에 한나라당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국회에서 다수의 힘으로 표결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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