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강동희 막강 방패, 그 방패 뚫은 전창진의 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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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감독 시절엔 밥 먹듯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프로농구 최고 대우를 받고 KT로 옮겨 하위권으로 평가받던 팀을 선두권으로 올려놨다. 산(원주 동부)에서도 잘하고 바다(부산 KT)에서도 최고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한이 있다. 아직도 농구인들은 “동부 시절 우승은 감독 전창진이 아니라 선수 김주성이 한 것”이라고 폄하하곤 한다. 그래서 동부를 떠난 후 친정팀과의 첫 경기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했다.

전 감독은 경기 전 KT 직원들에게 “동부를 잘 안다. 강동희 감독이 어떤 작전을 쓸지, 김주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손바닥 들여다 보듯 뻔히 안다”며 “이길 수 있는 비책이 있다”고 말했다.

전창진 KT 감독(왼쪽)이 동부와 경기 도중 승리를 확신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여 보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초조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 보고 있는 강동희 동부 감독. [KBL 제공, 부산=연합뉴스]

강동희(43) 동부 감독은 “전 감독님에게 많은 걸 배우고, 그 걸 기본으로 했지만 수비, 특히 지역 방어는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이 모르는 강동희의 작품, 그 수비가 얼마나 먹히느냐의 문제였다. 전 감독이 강 감독의 지역방어를 깰 수 있을지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KT가 6일 부산 홈에서 연장 끝에 동부를 85-81로 꺾고 6연승을 기록했다. KT는 7승2패로 이날 전자랜드를 96-78로 꺾은 LG(8승2패)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전 감독이 독하게 조련한 KT 선수들은 경기 초반 게릴라처럼 뛰어다녔다. 그러나 강 감독이 만든 동부 지역 방어를 깨지 못했다. 최고 블로커인 김주성·윤호영이 버틴 동부의 골 밑을 뚫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외곽슛도 터지지 않았다. 전반 KT의 3점슛 성공률은 27%에 불과했다.

동부 김주성(25득점)은 적장이 된 과거 은사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전반에만 자신의 경기 평균 득점인 17득점을 했다. 전반 동부는 KT를 43-35로 앞섰다.

그러나 전 감독은 하프타임에 해결책을 찾아 나왔다. 3쿼터가 되자 외국인 선수 존슨(26득점)을 선봉에 세워 동부의 지역방어를 뚫었다. 마이클 조던의 번호인 23번을 단 그의 슛은 던지면 들어갔다. 존슨은 3쿼터에만 12득점을 했다. 동부 지역방어가 부서지자 외곽이 열렸다. KT는 3쿼터 3점슛 7개를 던져 6개를 성공시켰다. KT는 3쿼터를 62-61로 앞선 채 끝냈고 4쿼터 초반 7점차로 달아났다. 그러자 김주성이 다시 힘을 내 직접 득점과 어시스트로 동점을 만들었다. 양팀은 77-77로 연장에 접어들었다. KT는 85-81로 이겼다. 전창진 감독은 경기 후 ‘올레’를 외쳤다. 그러나 “동부가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준비했던 전술이 전반에는 어느 정도 먹혔는데, 후반에는 안 됐다. 역시 전 감독이 경험이 많으니까 노련하다”면서 ‘판정패’를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다음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자랜드는 인천 홈에서 LG에 져 8연패 수렁에 빠졌다. 전자랜드는 서장훈이 22득점했으나 또다시 상대에게 대량 실점 했다.

성호준 기자

◆프로농구 전적 (6일)

▶부산

KT(7승2패) 85<연장>81 동부(6승3패)

▶인천

LG(8승2패) 96-78 전자랜드(1승9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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