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거듭나기를 주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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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도 정부 각 부처 장관들이 한 해의 정책목표와 포부를 담은 신년사를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검찰총장의 신년사였다.

그제 '신년 다짐회' 라는 색다른 이름의 시무식에서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고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오욕의 깊은 수렁에서 헤쳐나와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朴총장은 올해 검찰이 나아가야 할 제1의 지표로 '엄정중립' 과 '불편부당' 의 검찰상을 제시했다.

사실 검찰총수가 검찰의 위상 정립을 강조한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국가질서의 기본을 다루는 검찰 조직의 특성상 그것은 당연한 일이며, 역설적이게도 검찰이 중립성 시비에 휘말릴 때마다 그것은 단골메뉴로 등장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朴총장의 신년사를 주목하는 것은 검찰이 처한 상황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기대가 예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시점에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검찰을 수식하던 '권력의 시녀' 라는 오명은 국민의 정부에서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

권력에 약한 검찰의 체질은 시대가 변해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정치적 사건이나 권력형 비리 등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검찰에 대한 불신은 급기야 헌정 사상 초유의 특검제 도입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를 모두 검찰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검찰이 스스로 달라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동안 통치권력에 대한 시민세력의 대응 등 변화된 사회환경은 검찰 위상을 더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추락시켰다. 그것을 국민도 검찰도 알고 있다.

이제 검찰은 진실로 거듭나기 위한 몸부림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朴총장 말대로 원칙과 기본이 바로 서지 않으면 검찰뿐 아니라 국가가 새 시대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압력이나 통치권자의 입김을 벗어나 흔들림 없이 정의와 공공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검찰 없이는 법과 질서가 제대로 설 수 없다. 지난 1년의 경험은 검찰 구성원들에게 고통과 함께 자각의 계기를 주었다고 할 것이다.

다행히 그에 대한 검찰 내부 반응도 진통이 있지만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거듭나기 다짐이 새 시대의 단순한 수사(修辭)가 되지 않도록,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 결과가 하나하나 가시적으로 나타나 국민이 실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올해 총선은 새로운 검찰의 위상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검찰이 조직 개편 의지까지 밝힌 부정부패 척결작업을 어떻게 해나갈지도 관심거리다.

법과 질서가 어떻게 바로 설지 국민은 눈을 뜨고 지켜볼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검찰이 항상 말하는 '국민의 검찰' 로 진정 태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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