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온실가스 감축목표 부처 이견부터 조율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6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5일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로 2020년 배출 전망치(BAU)의 27%(2005년 배출량 동결) 또는 30%(2005년의 4% 감축)를 제안했다. 지난 8월 제시한 세 가지 가운데 부담이 가장 적은 21% 감축안을 버리고 부담이 큰 나머지 두 가지 안으로 선택의 폭을 좁힌 것이다. 정부는 오는 17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목표치를 확정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30% 감축안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가능한 한 이상을 높게 잡아야 현실적으로 실천이 뒤따를 수 있다”고 말해 목표치를 높이는 데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적인 부담이 따르는 사안의 경우 이상적인 목표보다는 현실적인 실천가능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본다. 녹색성장위는 그동안 토론회와 공청회를 거쳐 여론을 수렴하고 산업계의 부담과 국가 브랜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하지만, 녹색성장위의 제안대로라면 산업계의 입장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 셈이다. 산업계는 30% 감축안이 채택될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성장과 고용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정부 내에서도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 경제부처는 과도한 온실가스 목표치 설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서둘러 감축 목표치를 결정하기보다는 산업계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정부 내 이견을 충분히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순리다.

국무회의 결정에 앞서 굳이 선택의 폭을 미리 줄인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미리 산업계의 반발을 차단하고 높은 감축 목표치를 굳히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국민의 부담이 걸린 사안이야말로 명분보다는 실용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녹색성장도 좋고 국가 브랜드도 좋지만 그에 따르는 부담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고, 과연 어느 정도의 부담을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일이 먼저다. 정부 내 이견조차 조율하지 못한 정책목표를 왜 이렇게 서둘러 정하지 못해 안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