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번지는 反 MS 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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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세계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계의 거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에서 뭇매를 맞고있다.

중국 언론들은 최근 '늑대가 온다면 양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 '우리는 이대로 짓밟혀야 하나'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앞다투어 MS 공격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논조는 한결같이 MS는 중국의 적이니 더 이상 MS 제품을 이용하지 말자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구한말의 물산장려 운동을 연상케 할 정도다.

세계 초일류 기업 MS가 중국시장에서 왜 이런 신세가 됐을까. 불씨가 된 것은 지난해 10월 MS 중국지사의 전 책임자 줄리엣 우(여)가 펴낸 '역경을 이겨내고 : MS, IBM 그리고 나' 라는 한편의 회고록이다.

줄리엣 우는 이 회고록에서 자신은 MS의 거만함과 지나친 자사 이기주의, 그리고 중국문화에 동화할 줄 모르는 경영방식에 환멸을 느껴 1년만에 회사를 떠나게 됐다고 고백했다. 책은 순식간에 10만부가 팔려나갈 정도로 불티가 났고 현재도 구할 수가 없어서 못 볼 정도다.

이 회고록은 코소보 사태 당시 나토군의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폭격사태 이후 고조된 중국인들의 반미 감정이 미국기업의 대명사격인 MS를 향해 폭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MS는 중국의 최대 가습기 메이커인 '야두그룹' 을 MS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혐의로 현지 법원에 고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중국법원은 불법복제 사실 자체는 맞지만 불법복제를 한 엔지니어의 야두그룹 내 근무 근무회사가 틀리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MS는 곧 바로 야두그룹 전체를 상대로 재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MS의 대응에 대해 줄리엣 우는 "한마디로 중국의 문화를 무시하고 현지 적응을 고려치 않은 거만한 경영방식" 이라고 비꼬았다.

예컨대 최근 출시된 윈도 98 후속 버전인 'MS Office 2000' 의 경우 중국내 판매가격이 4백80달러인데 이는 중국의 평균적인 사무직 종사자의 5개월치 월급에 해당할 정도로 비싼 가격이다. 중국 소프트웨어 업계는 이를 현지 실정을 무시한 가격책정이자 독점기업의 횡포라고 보고있다.

야두그룹에 대한 소송 역시 중국 소프트웨어의 90%가 불법복제품이라는 현실을 무시한 MS의 거만한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견해다. 이제 걸음마 단계인 중국 소프트웨어 산업에 미국식 기준을 적용, 법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MS의 태도가 현지 문화와 관습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MS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MS는 지금까지 20만달러의 손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중국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이 8.7%인 MS는 이로 인해 올해 목표치인 점유율 10%대 달성이 요원하게 됐다는 게 현지의 관측이다.

MS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 팡싱둥(대학원생)은 2일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MS의 이같은 경영방식을 '헤게모니 장악을 노린 게릴라전' 이라고 지적하고 "중국의 이익이 MS에 의해 손상된다면 청년들은 일어나 궐기할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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