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납치 미지근한 대처" 인도 바지파이정권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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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기말을 테러 공포로 장식했던 인도 항공기 납치.인질극은 새 천년 첫날인 1일 승객들이 8일만에 풀려남으로써 종결됐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인도 집권 BJP당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고 있다.

협상과정에서 인도정부가 납치범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 사실상 '테러범의 승리' 로 끝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승객과 승무원 등 1백89명을 태우고 네팔에서 인도로 가던 인도항공 소속 A-300 에어버스가 5명의 무장괴한에게 공중납치됐다.

테러범들은 비행기를 아프가니스탄 공항에 착륙시킨 뒤 인도 정부측에 투옥 중인 이슬람교 무장투쟁 지도자 3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인도 정부는 고민끝에 지난해 12월 31일 이들의 요구를 수용했다.

최근 7년간 인도 여객기가 7차례나 공중납치됐었지만 테러범들의 요구가 완전히 받아들여진 경우는 없었다.

세계적으로도 납치범들이 '완전범죄' 를 저지른 극히 드문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인도 바지파이 총리는 "중무장한 납치범들에게 승객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현금 2억달러와 36명의 게릴라를 석방하라는 테러범들의 당초 요구는 안받아들이지 않았느냐" 고 말했다.

그러나 인도 야당 지도자 브람나이암 스와미는 "정부의 미숙한 대처로 이슬람교 게릴라들의 준동이 예상된다" 며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인도 언론도 종교.지역분할 등의 이유로 테러가 끊이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어떠한 테러도 용납하지 않겠다던 정부의 강경한 입장은 어디로 갔느냐" 며 비판 일색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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