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2000] '인터넷 주부' 사랑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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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터넷 쇼핑몰 이용자를 분석한 최근 자료를 보면 여성 이용자는 20%를 겨우 넘는 정도다. 그중에서도 주부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한 가정의 문화생활과 쇼핑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주부들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만큼은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부들 사이에서도 인터넷을 모르면 '왕따' 당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얼마전 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주부 인터넷 챔피언 선발대회에 몰려든 주부들의 열기가 이를 증명한다.

은행도 쇼핑공간도 인터넷 속에 있고, 심지어 주부들의 '수다' 까지도 인터넷 커뮤니티(공동체)를 통해 이뤄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정주부들의 인맥과 활동반경도 사회활동을 하는 남편들 이상으로 넓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부들이 케이블TV 홈쇼핑처럼 인터넷 쇼핑몰에 매일 들어가 상품정보와 생활정보를 수집하고, 여기서 물건을 구입하는 행태가 주부들에게 익숙한 일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가정마다 자신들의 생활패턴에 맞는 '주거래 인터넷 쇼핑몰' 을 갖는 날도 멀지 않았다.

더 나아가 고객이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간 순간부터 웹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분석해 놓았다가 그 고객의 구미에 딱 맞는 쇼핑을 제안하는 '원투원(One to One) 마케팅' 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것이 도입되면 쇼핑의 차원이 한 단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 쇼핑몰이 가족들의 기념일에 맞춰 적합한 선물을 추천해줄 뿐만 아니라 이 쇼핑몰에서 산 옷이 싫증날 때쯤 되면 금세 최근 유행하는 옷을 추천해줘 쇼핑의 재미와 편의를 극대화한다.

신체 치수도 이미 입력돼 있어 디자인과 색깔만 마음에 들면 바로 주문할 수도 있다. 머지않아 남편들이 아내들로부터 "어떻게 인터넷 쇼핑몰보다 내 마음을 몰라줄 수 있느냐" 는 볼멘소리를 듣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미 일부 앞서가는 인터넷 쇼핑몰 업체는 원투원 마케팅 분야 연구에 상당한 노력을 쏟고 있다. 물론 이러한 원투원 마케팅은 개인정보의 보안이 철저히 보장되는 것을 전제로 함은 물론이다.

인터넷이 지식을 획득하는 방식과 대화하는 방식을 바꾸었다면 인터넷 쇼핑몰로 대표되는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생활 자체를 바꾸고 있다. 생활이 바뀌면 생각도 바뀐다.

사람들의 생각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로 바뀌면 사회가 또 그렇게 바뀌어 간다. 다가올 인터넷 기반의 사회가 모두에게 편리함과 생동감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인터넷 사업 일선에 있는 사람들이나 이용자들 모두의 책임이 아닐까.

이기형 <인터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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