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발생 평촌 우성아파트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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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일 0시 경기도 안양시 평촌신도시 목련3단지 우성아파트 지하기계실.

각 가구에 난방을 공급하는 물의 온도를 섭씨 60~70도로 자동조절하는 난방제어기 온도계가 갑자기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섭씨 1백도 가까이를 가리키더니 바늘의 움직임이 아예 멈춰버렸다.

Y2K(컴퓨터 2000년도 인식 오류)문제로 제어기가 온도조절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때마침 현장을 지키고 있던 관리사무소 직원 10여명이 위급상황임을 인식하고 곧바로 난방기 제어장치를 자동에서 수동으로 전환시켰다.

가만히 놔두면 주민들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방안에서 추위에 떨거나 방안 온도가 한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적정온도인 60도를 손으로 맞추고 나자 이번에는 온수가 1백도까지 급상승했다.

각 가구에 펄펄 끓는 물이 나올지도 모를 상황이다.

만약 주민이 무심코 뜨거운 물을 틀 경우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이번엔 온수 공급을 중단시켰다.

그러자 주민들의 문의가 경비실.관리사무소로 빗발쳤다.

관리사무소측은 한밤중이라 주민들에게 방송을 못하고 전화를 하는 주민들만 상대로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오전 9시 온수공급을 다시 재개했으나 온도조절은 여전히 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주민대표들이 정부 'Y2K 119기술지원단' 에 신고했다.

기술지원단이 도착, 불안전하게 공급되던 온수 공급을 다시 중단했다가 2일 오전 7시 각 가구에 온수를 다시 보냈다.

기술지원단 송윤호(宋允鎬.41)팀장은 "난방제어기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해 일어난 혼란" 이라고 밝혔다.

동대표 회장 손봉조(37)씨는 "Y2K에 대비해 난방제어장치를 업그레이드하지 않아 이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 며 "지역난방공사에서 지난해 10월 공문을 보내면서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고장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지 않아 그냥 넘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고 말했다.

안양〓정재헌.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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