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로 닉슨과 정면충돌 리처드슨 전 법무장관 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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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뉴욕〓연합]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워터게이트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 사임한 것으로 유명한 엘리어트 리처드슨 전(前)법무장관이 31일 입원중이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뇌출혈로 사망했다. 79세.

리처드슨은 73년 법무장관 당시 워터게이트 사건 담당 특별검사인 아치볼드 콕스를 해임하라는 닉슨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고 사임했으며 러켈스하우스 차관도 닉슨대통령이 그를 후임 장관으로 임명하려 하자 잇따라 사표를 내던졌다.

이들의 사임으로 닉슨은 더욱 궁지에 몰렸고 미국 대통령중 처음으로 탄핵을 피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리처드슨은 그러나 닉슨 사임후 들어선 포드 정부 하에서 75년 주영대사, 77년 상무장관을 역임했으며 그뒤 해양법학회 대통령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의 죽음에 대해 "그는 모든 희생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이익을 무엇보다 우선시했던 흔치않은 인격의 소유자였으며 누구도 필적할 수 없는 공인의 표상이었다" 고 추도했다.

보스턴 명문가 출신인 리처드슨은 하버드 법대 재학도중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보병으로 입대해 44년 6월 6일의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가하는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

48년 하버드대를 졸업한뒤 변호사를 시작으로 매사추세츠 부지사와 검찰총장들을 역임한뒤 70년 닉슨 행정부에 발탁됐었다.

그는 지난 98년 대통령이 수여하는 국가 최고의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앤 해저드와 3명의 자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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