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로 맞추자] "태권도 종주국 자존심 지킬터"-태권도 김제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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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올림픽에서 진짜 승부가 가려집니다. 태권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킬 겁니다. " 태권도의 '지존' 김제경(30.에스원)이 시드니올림픽에 자신의 태권도 인생 전부를 걸었다.

79년 울산 병영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한 김은 올해로 선수생활 21년째. 91년 태극마크를 달았던 김은 위력적인 왼발 돌려차기와 환상적인 뒷차기를 앞세워 사상 최초로 그랜드 슬램(세계선수권.월드컵.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올림픽) 및 세계선수권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세계무대에서 '헤비급〓김제경 체급' 으로 통할 정도였다.

나이와 잦은 부상 때문에 김은 지난해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끝으로 은퇴를 망설였다. 그러나 진정한 그랜드 슬래머가 되고 싶은 욕망을 떨치기 힘들었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당시에는 태권도가 시범종목이었다.

김은 부상으로 완전치 않은 몸으로 지난해 7월 크로아티아 세계예선대회에 출전,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남자 80㎏ 이상급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러나 또 부상을 당해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올림픽 고지를 눈앞에 두고 쓰러질 수 없었던 김은 용인 삼성스포츠단에서 재활훈련에 들어갔다. 한밤중 웨이트트레이닝과 하체 보강훈련을 계속하는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었다. 이제 김은 전성기 때의 몸을 만들었다.

김은 1월말 최종선발전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어 대표선발전도 부담스럽지만 김은 투지를 불태운다.

"매트에서 쓰러질 각오면 금메달을 따는 순간 그동안 땀흘려온 매트에 누워볼 수 있겠지요. " 김의 눈빛은 벌써부터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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