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거의 빠진듯…환란 겪으며 '거품지수' 한자릿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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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물경기가 호전되고 3~6개월 뒤 집값이, 1년 뒤에 땅값이 상승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경기와 부동산 가격이 함께 움직이는 쪽으로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 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0일 '부동산시장의 구조변화에 대한 실증분석'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거품지수가 토지의 경우 92년 27%에서 98년 4분기에는 6%로, 주택은 91년 21%에서 3%로 각각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거품지수가 이같이 한자릿수면 거품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거품지수란 개발 등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정상지가와 정부에서 발표한 토지.주택가격의 차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정상지가가 100, 정부 발표 지가가 127이면 거품지수는 27%가 된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갑성 수석연구원은 "91, 92년에 정점에 이르렀던 거품지수가 외환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하락했다" 고 말했다.

金연구원은 토지초과이득세.택지초과부담금 등 토지공개념이 거품지수를 끌어내리는 데 3%정도 기여했으며, 토지공개념이 없었더라면 98년 4분기의 지가 거품지수는 9%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연구소는 또 종전에는 주식시장→경기→부동산 순으로 활황세가 이어졌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경기호전이 바로 부동산에 영향을 미쳐 경기와 부동산이 같이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기대수익과 같은 투기요소가 아니라 수요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며▶모기지 론 같은 선진기법이 도입돼 전세가 사라지고 보증부 월세가 자가(自家)로 바뀌는 등 부동산 시장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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