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이렇습니다] 못 팔아 안달이던 은행들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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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은행들의 펀드 판매 실적이 신통치 않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본 펀드 투자자들이 아직 손실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라 은행들이 적극적인 판매에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외환 등 6개 은행의 지난달 말 펀드 판매 잔액(평가액)은 88조7760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8875억원 감소했다. 올 상반기 말(95조3575억원)과 비교하면 판매 잔액은 6조원 이상 줄었다. 판매 잔액이 80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주가가 크게 떨어졌던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초보다 주가가 상당히 올랐는데도 판매 잔액이 줄어든 것은 고객들이 주가가 회복될 때 기존 펀드를 환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펀드 투자를 한 고객들이 큰 손실을 입으면서 은행의 신뢰도에 엄청난 흠집이 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환매를 하는 고객에게 펀드에 다시 가입하도록 권유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펀드 가입 절차가 엄격해진 것도 영향을 줬다. 펀드에 가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한 시간 정도 되기 때문에 고객들이 은행에 들렀다 충동적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사례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은행들이 펀드 등 투자상품 판매 비중을 높여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통해 얻는 이자수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3분기 국내 18개 은행의 수익 구조를 살펴 보면 이자이익은 22조9000억원에 달했지만 판매수수료 등을 포함한 비이자이익은 4조6000억원에 그쳤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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