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노인들 '주치의'…의정부 한방병원 김영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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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동 543 '나눔의 샘' 양로원. 의지할 곳 없는 65~97세의 할머니.할아버지 50명은 잔병치레 걱정 없이 지낸다.

'한방 주치의' 가 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인근 의정부 한방병원의 김영준(金永埈.32.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진료과장. 지난 5월부터 둘째, 넷째 토요일 오후에 남몰래 찾아와 3시간씩 무료진료를 하고있다.

한번 방문하면 병원 간호사 최현숙(崔鉉淑.22.여)씨와 함께 평균 30여명의 환자를 본다.

허리가 아프거나 손발이 저리는 증상에서 만성 관절염.근육통.감기에 이르는 노인성 질환들이 주 진료대상이다.

치료는 주로 침.뜸.부황으로 한다.

한방병원 김원찬(金原贊.36)원장의 지원으로 병원에서 한약도 무료로 갖다준다.

"별일도 아니다" 며 취재를 한사코 거절하던 끝에 말문을 연 金씨는 "노인들이 간단한 한방처치만 받아도 병환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 고 소개했다.

그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문앞까지 뛰어나와 반갑게 맞아주실 때 정말 보람을 느낀다" 면서 "앞으로 방문횟수를 늘릴 예정" 이라고 말했다.

양옥순(梁玉順.65)할머니는 "침.뜸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으면서 만성관절염과 요통이 많이 나았다" 면서 "의사선생님이 노인들의 고민거리도 상담해주고 노인결혼식 등 양로원내 행사에도 자주 참석해 가족같은 정을 느낀다" 고 말했다.

나눔의 샘 이정희(李貞姬.43.여)원장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진료를 위해 외출을 하지 않아도 돼 큰 도움이 된다" 고 말했다.

金씨는 "노인분들은 진료 외에도 친절하게 건강상담을 해주고 말벗이 돼주는 것 만으로도 행복을 느끼시는 것 같다" 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는 앞으로 고양시의 정신지체인 수용시설 '애덕의 집' 을 동료 한의사들과 함께 정기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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