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대한항공 화물기 조종실 계기판 이륙직후 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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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그레이트 핼링베리〓배명복 특파원, 김태진 기자] 영국 스탠스테드 공항 인근에서 22일 추락한 대한항공 보잉 747 화물기는 이륙 직후 조종실 계기판 작동에 이상을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원인을 조사 중인 영국 항공사고조사국(AAIB)은 26일 건설교통부 사고조사반과 공동으로 사고 당일 수거한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를 해독한 결과 "조종사들이 이륙 직후 '계기작동' (flight instrumentation)의 문제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 밝혔다.

AAIB는 "사고기는 정상적으로 이륙했으며 현장에서 회수한 네개 엔진의 파손 상태로 볼 때 추락 당시 모두 최고 출력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고 밝혀 공중폭발이나 엔진 이상, 적재화물 발화, 테러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배제했다.

이에 따라 추락 원인은 정비불량이나 기체결함에 따른 계기작동 이상일 가능성으로 좁혀지게 됐다.

그러나 어떤 계기의 작동에 이상이 있었는지, 그것이 계기 자체의 결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정비 잘못에 의한 것이었는지는 블랙박스의 핵심인 비행자료기록장치(FDR) 판독을 통해 가려지게 될 전망이다.

AAIB는 계기작동 이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기체결함이나 변경.보수 내용을 분석하기 위해 사고기의 최근 정비기록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FDR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영국 조사팀은 추락 현장인 해트필드 숲 내 연못가에서 FDR에 부착된 수중 신호발생기를 따로 발견했다.

조사팀은 이에 따라 FDR가 연못 속에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잠수부를 동원,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사고로 사망한 승무원 4명의 유가족 11명은 25일 사고현장을 방문했으며 대한항공 심이택(沈利澤)사장도 사고 조사와 유가족 위로를 위해 26일 오후 런던으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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