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김주성, 빛내겠습니다 등번호 5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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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비가 오고 눈이 와도 농구는 쉬지 않는다. 초대형 골리앗 하승진이 나타나고, 탄력 좋은 혼혈선수가 대거 들어와도 김주성은 최고다.

김주성이 이끄는 동부가 3일 원주 홈에서 SK를 79-70으로 꺾었다. 동부는 6승2패로 KT·LG와 함께 공동 선두가 됐다. 동부는 6일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었던 전창진 감독의 KT와 원정 경기를 통해 선두 다툼을 벌이게 됐다. SK는 5승3패로 4위가 됐다.

시즌 전 전문가들은 “감독이 바뀐 데다 외국인 선수의 실력이 좋지 않아 동부는 중하위권으로 처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나이 만 서른이 된 김주성이 이젠 하향 곡선을 걸을 거라는 얘기도 했다.

그러나 김주성은 동의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10여 년간 함께했던 32번을 버리고 강동희 감독의 등번호 5번을 달았다. 김주성은 “강 감독님이 현역 시절 달던 번호를 새기면 책임감이 생길 것이고, 5번은 예전 달던 32번보다 낮은 숫자여서 가볍게 더 잘 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주성은 평소 득점보다는 수비와 리바운드에 주력한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그는 골을 넣을 줄 안다. 10여 점 뒤지던 SK는 3쿼터 8분쯤 5점 차로 쫓아왔다. 동부 선수들은 체력이 달린 듯 발이 천근만근이었다. 그러자 김주성이 혼자 불을 끄러 나갔다. 미들슛과 속공으로 4점을 넣었고 수비 리바운드를 잡아내 SK 추격의 끈을 잘랐다.

동부 선수들이 실수를 연발한 4쿼터 초반 SK가 한 점 차로 쫓아왔다. 수비에 주력하던 김주성이 다시 칼을 빼고 최전선으로 나갔다. 혼혈 선수인 김민수를 앞에 두고 골밑슛을 넣으면서 추가 자유투를 성공시켰고 다음 공격에선 외곽에서 2-2 공격을 하다가 어느새 골밑에 들어가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워커에게 파울을 얻어내 자유투를 성공시켰다. 김주성은 68-62로 앞선 4쿼터 6분쯤엔 상대 뒷문을 열고 몰래 들어가 골밑슛을 성공했다. SK 김진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러 NBA 10년 경력의 사마키 워커에게 공격을 시켰지만 김주성에게 찍혀 승부가 갈렸다.

김주성은 24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승부의 분수령인 4쿼터에 9득점을 몰아쳤다. 그는 ‘작은 김주성’이라 불리는 윤호영과 함께 리바운드 17개를 잡아내면서 골밑 싸움에서도 SK에 완승했다. 윤호영은 9득점에 8리바운드·4어시스트로 김주성의 뒤를 받쳤다.

KCC는 전주 홈에서 KT&G를 80-66으로 꺾었다. 우승후보로 꼽히다 하위권으로 처졌던 KCC는 4승4패를 기록, 5할 승률로 올라왔다. 하승진은 17득점·14리바운드·5블록슛으로 오랜만에 활약했다. KT&G는 1승6패가 됐다.

◆프로농구 전적(3일)

▶원주

동부(6승2패) 79 : 70 SK(5승3패)

▶전주

KCC(4승4패) 80 : 66 KT&G(1승6패)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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