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KDI, 한국경제 명암 장기 시나리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구조개혁을 잘만 하면 경제성장률을 해마다 평균 1.5%포인트씩 끌어올릴 수 있다. 구조개혁을 계속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면 30년 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정도 차이가 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일 구조개혁의 성과를 이처럼 계량화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KDI는 '우리나라의 성장요인 분석과 장기성장률 전망' 보고서에서 경제제도와 금융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가 뿌리내리게 하지 않고는 선진국 진입이 요원하다고 진단했다.

◇ 구조개혁의 성과〓보고서는 지금까지의 경제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향후 30년간 연평균 3.2%씩 늘어나는데 그쳐 선진국과의 소득격차를 좁혀나가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속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선진국 수준의 경제제도를 갖춰나가면 GDP는 30년간 평균 4.7%씩 성장,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조개혁 여하에 따라 성장률을 연평균 1.5%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

30년 후(2029년)의 1인당 GDP는 ▶구조개혁에 성공할 경우 3만달러선(85년 불변가격 기준)▶개혁을 안할 경우 2만달러선 등으로 제시했다.

KDI는 지난 30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 원동력을 선.후진국들과 비교, 분석해 이같은 예측치를 얻었다고 밝혔다.

◇ 구조개혁은 어떻게〓시장경제의 뿌리인 개인소유권과 계약의 보장, 법질서 유지와 정책의 투명성을 핵심적 요소로 꼽았다.

공정한 '게임의 룰' 을 보장하지 못해 경제주체가 창조적 노력으로 얻은 성과를 다른 이들에게 쉽게 빼앗기는 상황 아래선 안정된 경제성장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금융시장의 발전이다. 금융거래가 시장의 원리에 따라 이뤄지지 못하고 정부 정책에 휘둘릴 경우 자금배분이 왜곡되고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KDI는 마지막으로 개혁과 개방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꼽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국민들이 수긍하고 동참하지 않으면 허사라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진희(韓震熙)부연구위원은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을 통해 사회적 통합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김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