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최광식씨, '성경의 맹세' 못지않은 '사나이 눈물' 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항변을 놓고 검찰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23일 새벽 서울구치소로 향하면서까지 "편견과 선입견의 늪이 너무 깊다" 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朴전비서관은 이에 앞서 "검찰이 표적 사정을 하고 있다.

내가 검사일 때도 이런 식의 수사를 했는지 회한이 든다" 는 말도 했다.

때문에 일부 검사들은 "마지막까지 그토록 항변 하는걸 보면 혹시 수사가 잘못된 건 아니냐" 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영장청구 방침이 결정되기 전 朴전비서관을 만나 술을 마시며 '진실을 털어놓고 검찰에 자진 출두하는 게 어떠냐' 고 설득한 적이 있었다" 며 "그때 朴전비서관이 '형님도 나를 안믿느냐' 고 눈물을 글썽여 민망했다" 고 털어놓았다.

朴전비서관은 검사들 뿐 아니라 평소 친하던 기자들에게도 "인간 박주선을 알지 않느냐. 하늘에 맹세코 거짓말은 안한다' 나의 억울함을 풀어달라'" 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수사팀 관계자는 "그가 대통령을 속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계속 부인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 이라고 분석한 뒤 "사직동팀 최광식(崔光植)총경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통곡을 하며 진실을 털어놓았다" 고 전했다.

수사팀이 '인간 박주선' 보다 崔총경의 통곡을 더 '신뢰' 했다는 뜻이다.

수사팀은 또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이 朴전비서관이 구속된데 책임을 느껴 보석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만일 朴전비서관이 문건 유출자가 아니라면 金전총장이 이 마당에까지 입을 다물고 있겠느냐" 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이종왕(李鍾旺)대검 수사기획관이 사표제출'이라는 자폭(自爆)까지 감행하며 朴전비서관의 사법처리를 요구한 것도 이같은 자신감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대검의 한 검사는 "朴전비서관(사시 16회)과 李기획관(사시 17회)이 모두 '검찰총장감' 으로 평가받았는데 둘 다 옷을 벗게 됐다" 며 ' "朴전비서관이 완벽한 이중인격인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억울한 것인지 진실을 모르겠다" 고 말했다.

김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