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위원장은 'NBA 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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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엄청난 미프로농구(NBA) 팬으로 알려졌다.

김위원장은 96년 "농구는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운동이니 적극 육성하라" 는 교시를 내렸다.

평양시내 중심가에 '농구 열심히 하기 운동' 포스터가 붙기 시작했고 이듬해 북한은 프로팀을 창단하는데 김위원장은 이 팀의 이름을 '태풍' 이라고 직접 지어줬다. 이후 만들어진 팀들은 '태풍' 을 따라 기상현상 '회오리' '우뢰' '번개' 등으로 지어지고 있다.

김위원장은 NBA 열성팬인 아들 정철의 영향을 받아 농구광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은 김위원장과 전 만수대예술단 무용수인 고영희 사이에 태어난 차남이다.

아사히 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위원장은 NBA 선수 중 찰스 바클리를 좋아하고 아들 정철은 마이클 조던을 좋아한다.

이명훈이 북한에서 칙사대접을 받으며 NBA 진출에 전폭적인 후원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김위원장의 NBA 편향 때문이다.

김위원장은 지난 9월 평양 통일농구대회가 끝난 뒤 "남자는 지난 3년간 많은 노력을 해서 기량이 향상돼 이겼으나 여자는 남쪽이 이긴 것 같다" 고 평을 하기도 했다.

당시 북한은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남녀 모두 승리했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김위원장은 "12월에 남쪽에서 시합을 하면 우리 팀들이 텃세 때문에 고생 좀 할 것" 이라고 정몽헌 현대 회장에게 농담을 했다는 것.

그러나 농구에 대한 김위원장의 조예는 농구사랑만큼 높지는 않은 모양이다. 북한 언론에 따르면 김위원장은 "북한사람들의 신체조건으로 세계 제일의 강팀이 되려면 장거리 슛을 잘 넣도록 기술을 연마해야 할 것" 이라는 '특별한 교시' 를 내렸다는데 이것은 농구공을 한번쯤 만져본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일반적인 농구 이론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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