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희씨 거짓말 게임 눈물흘린 해명도 거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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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0일 발표된 옷 로비 의혹 사건의 특별검사팀 수사결과 보고서에는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의 '거짓말' 들이 적나라하게 지적돼 있다.

특검팀에 따르면 延씨는 라스포사에서 호피무늬 반코트를 구입하게 된 경위를 놓고 두차례나 거짓말을 했다.

延씨는 국회 청문회에서 "나도 모르게 차 트렁크 속에 넣어져 배달됐다" 고 주장했다.

그러다 지난달 金전총장과 함께 특검팀에 출두했던 延씨는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가 깎아 준다기에 딸애에게 입히려고도 생각해 봤다" 고 이해를 호소했다.

그러나 특검조사 결과 延씨는 작가 전옥경씨와 김정길(金正吉)전 정무수석 부인 이은혜씨에게 "鄭씨가 대가없이 옷을 보냈다" 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또 延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이후 鄭씨와 수차례 전화통화에서도 옷값에 대해선 어떠한 얘기도 하지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형자(李馨子)씨는 아니지만 배정숙(裵貞淑)씨가 옷값을 대납하거나 鄭씨가 인사청탁 등의 대가로 선물하는 것으로 延씨는 생각한 것 같다" 고 귀띔했다.

옷 배달과 반납 일자는 물론이고 옷을 가져간 동기도 지금까지 주장한 것과 달라 金전총장과 함께 특검에 출두, 눈물로 호소했던 해명이 뒤집힌 것이다.

아울러 延씨는 검찰수사 전과 국회 청문회 전, 특검수사 직전 鄭씨에게 집중 전화해 배달.반납 일자를 조작하려 했다고 특검은 보고서에서 밝혔다.

이와 함께 延씨는 최순영(崔淳永)신동아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방침 여부를 주변에 알렸는지에 대해서도 펄쩍 뛰며 부인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은 延씨가 지난해 12월 17일 신동아그룹 전 부회장 박시언(朴時彦)씨의 부인 서정의씨에게 "신동아 회장을 이르면 신정, 늦으면 구정이 지나 구속할 것 같다" 고 얘기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延씨가 옷을 반납하게 된 계기도 의혹만 무성하다.

延씨는 "반코트를 둘러싼 소문이 많다" 는 얘기를 남편으로부터 듣고 반코트를 반납했다고 그동안 설명해 왔다.

특검팀 관계자는 "당시 金전총장이 소문만 듣고 말하기에는 상당히 격한 표현을 延씨에게 썼다" 고 말했다.

소문이 아니라 구체적인 인물로부터 얘기를 전해들었을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18일 사직동팀 조사때 金전총장이 延씨에게 조사받는 사실을 알려줘 延씨가 裵씨와 鄭씨에게 다시 전했다는 특검 수사결과는 金전총장이 조사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납요구와 관련, 李씨의 동생 영기씨에게 전화를 안했다고 처음엔 주장했던 鄭씨의 주장도 시외통화 내역 조회결과 15분 안팎의 긴 통화를 했음이 드러났다.

경실련 시민입법국 김영재(金榮材)간사는 "延씨가 계속 거짓말을 해왔다는 게 드러난 만큼 우리 사회 도덕성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법적 처벌이 불가피하다" 고 밝혔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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