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다시보기] 10. 문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문학계는 올 한 해가 사계절이 아니라 침체와 모색의 회색빛 한 계절이었다.

문화시장의 패자(覇者)자리를 영상에 넘겨준 지 오래. 하지만 그런 비주류의 자리야말로 돌아봄과 되새김을 근본으로 하는 문학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점점이 새싹처럼 돋아나기도 했다.

▶ 베스트셀러는 여성작가의 것〓1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베스트셀러의 주인공은 모조리 여성작가.

지난해 말 출간된 박완서창작집 '너무도 쓸쓸한 당신' (18만)을 시작으로 신경숙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 (28만), 은희경창작집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18만), 공지영창작집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11만), 전경린장편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11만)등이다.

남성작품으로는 황지우시집 '어느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8만5천)가 베스트.

▶발표 지면의 부익부 빈익빈〓소수 베스트셀러 작가를 제외하면 대다수 작가들은 문예지 청탁도 받기 힘든 형편이 계속됐다.

사단법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99년 현재 회원작가들의 월평균수입은 1백49만원. 이 중 원고료비중은 36.5%로 전업작가 수입마저도 48.5%에 불과했다.

자연 문학인들을 위해 가장 시급한 지원책도 '작품발표 기회의 증대' (36.3%).

▶문학인에게 긴급수혈 실시〓 '문학인 빈곤' 에 대한 대책으로 사상 처음 국고예산으로 문학인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이 생겼다.

문예진흥원주관으로 95명의 전업작가에게 1천만원씩을 지원한 '국제통화기금(IMF)불황 극복을 위한 문학분야 특별지원사업' . 가뭄에 단비 같은 일이었지만, '스스로 택한 문학의 길에 국고지원이 웬 말이냐' 는 문학인의 자존심 담긴 비판도 나왔다.

▶문학은 권력인가〓시인 겸 평론가 김정란씨가 30대 스타급 여성작가들과 '문학동네' 등 문예지를 발행하는 출판사들을 향해 문화권력의 남용과 오용을 강하게 비판해 큰 파장을 낳았다.

문화권력에 대한 비판은 소장비평가들 사이에서도 '비평에 대한 비평' (메타비평)형태로 치열하게 전개됐다.

▶^그래도 문학은 산다〓후반기 들어 김영하.정영문.민경현 등 신진작가군의 부상과 송기원.강석경.이경자.최인석 등 중진작가들의 활발한 신작발표는 그나마 내년 한국문학의 활기를 기대하게 하는 전조.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