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 발표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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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옷 로비 사건 최병모(崔炳模)특검팀의 수사 결과는 국가기강의 해이(解弛)실태와 '안방정치' 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검팀이 밝혀낸 대로라면 청와대 특명을 받으며 공직사회의 암행어사 역할을 했던 사직동팀과 사정 중추기관인 검찰은 공명(公明)하지 못했고 공정(公正)하지도 않았다.

특검팀은 "사직동팀 또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은 연정희(延貞姬)씨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성급하게 사건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 고 밝혔다.

사직동팀 조사 내용 중 延씨에게 불리한 부분들이 수사 보고서에서 누락됐고 의혹의 초점인 延씨를 통해 다른 피내사자들을 소환한 사실 등을 볼 때 그런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검은 또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기록상으로도 확인 가능한 옷 배달 날짜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고▶압수수색과 계좌.통화 추적을 하지 않은 점 등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검찰 수사는 실체적 진실의 규명보다 의혹에 대한 해명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고 결론지었다.

이는 물론 내사와 조사 대상이던 延씨가 검찰총장.법무장관이던 김태정(金泰政)씨의 부인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팔이 안으로 굽었던 것이고 역으로 말해 국민의 정부 하에서도 '빽' 이 좌우하는 부정의(不正義)가 판치고 있었다는 뜻이다.

안방정치도 마찬가지다.

특검 수사결과 延씨는 98년말 무려 세차례에 걸쳐 최순영(崔淳永)신동아그룹 회장의 사법처리 방향을 외부에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2월 17일엔 신동아 로비스트 박시언(朴時彦)씨 부인 徐모씨에게 "이르면 신정, 늦으면 설날 때 구속된다" 고 말했다.

이런 얘기는 고스란히 신동아측에 전달됐다.

특검의 수사결과는 향후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검찰과 사직동팀의 운영.조직, 다시 말해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직동팀은 이미 존폐를 놓고 심각한 논란이 있어왔다.

검찰의 경우도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선 애초부터 특검에 맡기는 방안 등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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