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부영 총무는 17일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자금 수수 얘기를 정형근 의원에게 들었다고 했다.
그는 "金대통령이 자기 혼자 깨끗한 척 하면서 야당의원을 사정(司正)하는 게 위선이라고 생각해 공론화를 결심했다" 고 주장했다.
하지만 鄭의원의 말은 다르다.
그는 "李총무에게 그같은 내용의 말을 한 적이 없다" 고 부인했다.
"내가 그런 중요한 얘기를 총재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는데 왜 李총무에게 했겠느냐" 라는 말까지 했다.
鄭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천용택 국정원장의 미행 관련 발언을 소개했을 때 정치자금 부분은 말하지 않았다.
이같은 鄭의원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李총무는 별도의 채널을 통해 千원장의 발언내용을 전해들은 뒤 흘렸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千원장의 발언을 전해준 사람을 감추기 위해 鄭의원을 지목했을 수 있다.
그래서 당내에서는 특정언론 등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이득을 볼 수 있는 측이 李총무의 '입' 을 활용했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千원장이 걸어놓은 '비(非)보도' 조건을 무효화시키는 데 李총무가 협조했다는 것이다.
또 李총무는 대선자금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발설하면서도 이회창 총재에게 사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李총무 개인 차원의 계산도 작용한 것 같다" 고 지적했다.
여야 지도부 모두가 대선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잘 알고 있는 李총무가 정치권 빅뱅을 유발시키기 위해 터뜨린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최상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