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쓴소리] 기차표 예매 여행사서 '싹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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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전 새해 1월 8일의 광주발 강릉행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러나 예약현황을 살펴보니 표가 한 장도 남아있지 않아 예매하지 못했다.

연말연시여서 기차표 구하기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인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일부 구간이라도 자리가 있나 해서 다시 검색해 보니까 광주에서 청주까지는 3백30장이나 남았는데, 청주에서 강릉역까지 표는 한 장도 없었다.

즉 정원 3백58석 중 3백30석이 청주에서 종착역까지 이미 예약된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 개인에 의한 예약이 아닌 것 같아 철도청에 항의했다.

철도청 관계자는 청주의 S여행사가 새해 관광상품용 단체 승차권으로 3백30장을 예매했다고 설명했다.

개인이라면 한번에 8장밖에 예약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철도청과 전용선으로 연결돼 예약업무가 수월한 여행사가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순식간에 모든 좌석을 독점한다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단체 수송이 필요할 때는 객차를 전세내거나 임시열차를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여행 실무상으로도 정기 운항편을 단체 예약으로 가득 채우는 일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대중교통을 필요할 때 이용하지 못하고, 여행상품으로 팔리는 표를 비싼 값에 구매해야만 한다면 극장에서 암표를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나카무라 이치로 <광주대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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