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발표 계속 연기…옷로비 말못할 사정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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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옷 로비 사건을 수사 중인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가 수사결과 발표를 거듭 연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검은 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수사결과를 12일에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돌연 발표 시기를 14일로 연기한 데 이어 17, 20일로 또 거듭 연기했다.

특검이 밝힌 수사결과 발표 연기 사유는 "보고서가 3백여쪽에 이르는 데다 교정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보고서 분량이 많아 발표를 1주일씩이나 늦춘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이 때문에 발표 내용을 놓고 수사진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특검은 이 사건의 실체가 '실패한 로비' 였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과정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내놓지 못할 경우 '뭔가 있었을 것' 이라고 기대해온 여론을 납득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특검의 고민이다.

崔특검은 "의혹 사항에 대해 '우리도 모르겠다' 는 식의 보고서를 내놓으면 국민도 싫어하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관련자 기소도 포기한 마당에 국민적 의혹 사항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보고서에 담아야 한다는 부담감의 표현이다.

또 진술만 있고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엇갈리는 진술 중 '어느 쪽이 옳다' 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도 수사팀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보고서 초안이 나온 뒤 몇 차례 수사회의를 거쳐 상당히 수정됐다" 고 말해 네 여인의 행적에 대한 '판단' 이 쉽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특히 포괄적 수사권을 쥔 일반 검찰이 이 사건을 재수사할 예정이어서 자칫 설익은 결론을 내리면 나중에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수사 관계자는 15일 "이미 초안 작성을 마쳤지만 파업유도 사건 특검팀의 발표일과 주말을 피하다 보니 20일로 연기됐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 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알려진 것만 짜맞추는 보고서가 되지는 않을 것" 이라고 말해 마지막 뜸을 들이는 특검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포함될지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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