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전문 변호사 '씁쓸한' 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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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서초동에 있는 한 파산 전문 변호사의 사무실.

10평이 채 안되는 좁은 대기실에 10여명의 고객들이 북적였다. 일부는 의자가 없어 선 채로 상담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1월부터 개인파산 업무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이 사무실의 김모 변호사는 "매일 30명이 넘는 사람이 찾아온다"면서 "밀려드는 의뢰인으로 감당이 안될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개인파산 등을 신청하는 사람이 늘면서 파산 전문 변호사가 인기다. 불황으로 의뢰인이 없어 몸살을 앓고 있는 일반 변호사와는 대조적이다.

희망법률사무소의 오명근 변호사는 "오는 23일부터 개인회생 제도가 시행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상담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경우 서울중앙지법 동문 근처에는 최근 작은 '파산 골목'이 생겼다. 일반 소송만 담당하던 몇몇 변호사들이 '개인 파산' 간판을 내걸면서 7개의 파산 전문 사무실이 생긴 것이다.

현재 파산 전문 변호사는 전국을 통틀어 수십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인터넷 동호회를 운영하며 온라인 상담을 벌이는 등 '파산'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한 변호사가 운영하는 '개인파산 상담실'은 회원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파산 변호사가 받는 수임료는 건당 100만원 내외로, 일반 사건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파산보다 절차가 좀더 복잡한 개인회생 사건의 수임료는 200만~300만원 정도에서 결정될 것으로 법조계는 예상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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