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탁구선수 본선 오른 문영여중 '이겨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이겨라, 이겨라!"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식 예선전 마지막 경기가 벌어진 13일 장충체육관. 관중석에서 터져나온 이 응원은 오직 한 선수를 향한 것이었다. 경기중인 선수 이름이 '이겨라' (15.문영여중3)였다.

이름만 불러도 응원이 되는 '이겨라' 는 태어날 당시 한글이름 짓기가 유행이어서 부모가 지은 본명이다.

초등학교 때는 '이겨라' 라는 이름이 싫었다. 운동회 때 "이겨라" 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면 응원하는 척하는 모습에 짜증도 났다.

하지만 이제는 긴박한 순간 승부욕을 자극하는 자신의 이름이 좋아졌다. 서울 청룡초등학교 3학년때 녹색 테이블과 인연을 맺은 이는 현재 중등부 정상급 선수다.

이는 중.고.실업 최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한 이번 대회 여자단식 예선1차전에서 라이벌 백환희(이일여중)를 2 - 0으로 가볍게 꺾었다.

13일 2차전에서 이는 선배 정소연(현대여고2)과 1 - 1로 팽팽하게 맞섰다.

마지막 3세트 20 - 20에서 시작한 듀스가 29-29까지 이어졌다. 듀스가 반복되는 피말리는 순간 이는 자신의 이름을 떠올리며 투지를 불태웠다. 결국 이는 31 - 29로 세트를 마무리지으며 승리를 안았다.

14일 본선에서 실업 강호 이은실(삼성생명)과 맞붙게 된 이는 "이름값을 해야죠" 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승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