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으로 돌아간 최초보고서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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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옷 로비 사건 최초 보고서 출처 등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왔다.

12일 오전 박주선(朴柱宣)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검찰에 소환될 때까지만 해도 사건 해결은 시간문제로 예상됐었다.

검찰이 최광식(崔光植)총경 등 사직동팀 관계자 5명을 며칠째 조사한 뒤 朴전비서관을 소환했기 때문이다. 朴전비서관의 사법처리로 가는 듯한 분위기마저 없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이종왕(李鍾旺)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밤 상기된 표정으로 "朴전비서관과 사직동팀 관계자 전원을 돌려보냈다" 며 "대질신문까지 했지만 양측의 주장이 완전히 달랐다" 고 말했다.

朴전비서관은 검찰에서 "사직동팀 경찰관들이 보고서를 자신들이 유출해놓고 나에게 떠넘기려 한다" 며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직동팀 경찰관들은 "분명히 보고서를 작성해 朴전비서관에게 넘겼다" 는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이들은 또 "왜 처음에는 최초보고서가 없다고 주장했느냐" 고 추궁하자 "朴전비서관의 지시를 받았다" 는 식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옷 로비 사건과 관련한 네 여인의 증언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서 일부 확인된 내용도 있다.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이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게 건네준 뒤 배정숙(裵貞淑)씨가 延씨로부터 받아 언론에 공개한 세 종류의 문건을 전부 사직동팀이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이 문건들에는 1월 14일.18일.19일로 날짜가 적혀 있었다.

사직동팀 경찰관들은 "세 종류의 문건 중 1월 18일이라고 적혀 있는 게 처음 작성된 것이다. 1월 14일엔 내사 지시를 받고 강남 의상실들을 돌며 소문을 수집해 만들었다. 그런데 왜 이 문건의 날짜가 18일로 돼 있는지는 모르겠다" 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사직동팀 내사가 1월 8일부터 시작된 게 아니냐는 일부 의혹에 대해 경찰관들은 朴전비서관과 마찬가지로 "분명 1월 15일부터 정식 내사에 착수했다" 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기진맥진하고 황당해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朴전비서관측에 혐의를 더 두는 듯 하다.

어쨌든 검찰로선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판단해야 할 시점에 몰려 있다.

검찰은 13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金전총장에게 수사검사를 보내 마지막 담판을 벌일 계획이다. 하지만 金전총장이 입을 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따라서 검찰이 누군가를 사법처리 대상으로 결정했는데 나중에 金전총장이 다른 사람을 거명해 수사결과가 완전히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그걸 고민하고 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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