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단과대로 발전시키고 싶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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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호 12면

허선행 교장(오른쪽)과 부인 안나, 딸 에리나.

타슈켄트 세종한글학교 허선행(44) 교장은 27세이던 1992년 3월 우즈베키스탄에 왔다. 17년7개월째 한글 전파에 힘을 쏟고 있다. 가이라트 교육장관이 백일장에 참석한 건 그와의 인연의 힘이 컸다. 장관은 그를 ‘가장 좋아하는 한국인 아우’라고 부른다. 허 교장은 우즈베크인 부인 가르쿠샤 안나(32), 딸 에리나(7)와 함께 살고 있다.

타슈켄트 세종한글학교 허선행 교장

-타슈켄트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한 계기는.
“전남대 사범대 윤리교육과 4학년 때 지도 교수가 이쪽에 다녀온 뒤 ‘고려인 동포가 모국어 구사 능력이 가장 낮아 안타깝다’며 한글을 가르치는 일을 해 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그 말을 듣고 중앙아시아에서 고려인이 가장 많이 사는 타슈켄트로 왔다.”

-고생도 많았겠다.
“ 당초 우즈베크 2곳, 카자흐스탄 2곳, 러시아 1곳에 한글학교가 생겼다. 4곳은 2~3년 만에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이곳만 남았다. 처음에 수강생을 모집해야 하는데 광고할 돈이 없었다. 칠판지우개가 없어 손을 호호 불며 물걸레로 닦기도 했다.”

-언제 보람을 느끼나.
“개교 때 50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수강생이 250명으로 늘었다. 현지 교사들과 10년간 고민 끝에 종합한국어라는 자체 교재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졸업생이 3000명이 넘는다. 수업료가 한 달 10달러여서 물질적으론 어렵다.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길 가다가 뛰어와 인사하는 졸업생들이 있어서다. ”

-바라는 게 있다면.
“한글을 공부하는 우즈베크인이 성인을 포함해 1만 명에 달할 정도로 열풍이 세다. 드라마 속 ‘장금이’처럼 되는 게 소원이라는 여대생도 많다. 앞으로 한글학교를 넘어 한국어 중심의 단과대학을 만들고 싶다.”

세종한글학교에선 한때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압둘라예바 자밀라(26)도 만날 수 있었다. 자밀라는 “ 친구 소개로 여길 알게 됐다”며 “요즘 일주일에 3번, 오전 10시부터 90분간 한글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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