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정보 이용해 피부 노화 원천봉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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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호 28면

“안티에이징 화장품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다.”
지난달 22일 미국 화장품 업체인 뉴스킨의 연구·개발 책임자인 조셉 창은 미국 LA 노키아플라자에서 골드먼삭스 등 월가 애널리스트와 취재기자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화장품 메이커들이 지금까지는 노화 증상을 억제하려고 했지만 이제부터는 노화 원인에 작용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2세대 안티에이징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안티에이징(Anti-aging) 화장품의 진화

그가 말하는 2세대 안티에이징의 키워드는 ‘유전자 정보’다. 인간 지놈 프로젝트 덕분에 얻은 노화의 비밀을 화장품에 적용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뉴스킨의 에이지록(ageLOC)과 프랑스 랑콤의 제니피끄, 미국 에스티로더의 새로운 ‘갈색병 에센스’를 유전자 노하우를 적용한 제품으로 꼽았다.

새로운 트렌드인 만큼 메이커들이 내놓은 논리나 개념들이 조금은 낯설다. 에이지록을 개발한 뉴스킨은 우리말 ‘청춘 유전자군(群)’쯤으로 옮길 수 있는 ‘YGC(Youth Genes Cluster)’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조셉 창은 “피부 각질층은 14일 정도 주기로 새로 생성되는데 에이지록을 바르면 피부 속 YGC가 활성화돼 젊은 상태를 기억하고 유지할 수 있다”며 “12주 동안 실험한 결과 눈에 띄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에이지록은 네 가지 제품으로 구성된 세트다. 안티에이징 성분이 피부에 잘 흡수되도록 세정하는 클렌즈앤톤과 노화 원인에 작용한다는 퓨처세럼, 자외선 차단 목적의 래디언트데이, 나이트크림인 트렌스포밍나이트 등이다. 회사 측은 “한 세트가 40만~50만원 선에서 판매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니피끄(랑콤)는 에센스와 아이크림으로 구성됐다. 랑콤 연구소가 10년간 유전자 4400개를 분석해 피부 세포가 새로 생겨 분화할 때 중요하게 구실하는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에센스는 얼굴 피부 전체를, 아이크림은 쉽게 주름이 자리 잡는 눈가에 쉽게 작용하도록 특화됐다. 한 세트 가격은 20만원 선이다.

새로운 갈색병 에센스인 ‘에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에스티로더)’는 피부 속에 들어 있는 이른바 시계 유전자(Clock Genes)를 촉진시켜 자외선 등에 의해 손상된 부분을 회복시켜 준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제품 모두 피부가 재생하는 순간에 작용해 노화를 억제한다는 컨셉트를 바탕으로 개발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로운 개념과 논리는 논쟁을 유발하는 법이다. 제작사들은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제품이 1970년대 본격화한 안티에이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주장했다. 안티에이징은 4단계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70년대 안티에이징 성분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이후 80년대 비타민 크림 전성시대, 90년대 콜라겐 등 단백질 제어 시대, 2000년대 보톡스 등 피부과 지식을 접목하는 시대를 거쳐 마침내 유전자 정보를 활용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비판하는 쪽은 “유전자 활성화는 화장품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며 “화장품의 새로운 유행이 시작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올해 세계 안티에이징 화장품 시장은 1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전체 화장품 시장의 30% 수준이다. 인구 노령화 때문에 안티에이징 시장은 앞으로 해마다 8~10% 정도 커질 전망이다. 화장품 메이커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황금어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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