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아동 대모가 '왕따학교' 교장으로…'신나는집' 강명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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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친구들이 또 다시 괴롭혀도 이제는 이겨낼 수 있어요. "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6년 동안 따돌림을 당해온 선희(14.가명)양은 요즘 친구들의 따돌림이 두렵지 않다.

지난해 7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에 문을 연 부스러기선교회의 '신나는 집' 에서 운영 중인 '왕따 치유 프로그램' 을 1년 동안 거치면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신나는 집은 86년 12월부터 13년째 빈민촌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며 결식아동을 도와온 '빈민 대모' 부스러기선교회 강명순(姜命順.48)총무가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급속히 늘어난 결식아동을 위해 만든 제1호 무료급식소.

姜씨는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것만으로는 정신적으로 파괴돼 가는 결식아동들을 제대로 도울 수 없다는 생각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왕따 치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결식아동들은 허약한데다 청결하지 못해 학교에서 대부분 거지.해골.된장 등으로 불리며 집단 따돌림당하기 일쑤입니다. "

왕따 치유 프로그램은 따돌림당하는 원인들을 하나씩 없애주는 것이다.

우선 몸을 깨끗하게 씻는 버릇을 들이기 위해 매주 토요일 함께 목욕탕에 가고, 한달에 한번씩 미용실에 데리고 간다.

또 스스로 주눅이 들어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성향도 책읽기.연극.토론.웅변을 배우면서 고친다.

"싫어요, 안해요" 라는 말밖에 할 줄 몰랐던 병호(10.가명)군은 이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훌륭한 축구선수가 돼 한국을 빛내겠다" 며 포부를 당당히 밝힐 정도로 변했다.

지난 1년 동안 왕따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긍정적 사고와 자신감을 회복한 아동들은 30여명.

姜씨는 시험적으로 운영해본 왕따 치유 프로그램을 토대로 ▶자신감 회복 훈련▶청결 훈련▶용돈쓰기 훈련▶자연친화 훈련 등 성공적인 방법들을 모아 이달말 왕따 치유 프로그램 자료집을 발간한다.

姜씨는 왕따 치유 프로그램을 결식아동뿐 아니라 일반아동에게도 확대 운영할 수 있는 '왕따 치유 학교(가고싶은 학교)' 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용은 지난해 출간한 책 '호박 넝쿨의 기적' 의 인세와 후원금으로 충당할 생각이다.

姜씨를 돕기 위해 지난달 24일 이화여대 채플은 8백60만원을 모아 1차로 전달했으며, 이화여대 학생 39명도 자원봉사에 나섰다.

현재 전국 35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부스러기선교회의 신나는 집에서는 왕따 치유 프로그램을 보급받아 운영 중이다.

0345-493-8213.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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