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빙자 선거운동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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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高모(37.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씨는 최근 '전주를 생각하는 유일 단체' 라는 곳으로부터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이 단체는 여론조사는 뒷전이고 평소 알지도 못하는 A씨의 이름을 거명하며 그의 치적을 나열하기에 바빴다.

高씨 주변에 이런 전화를 받은 사람만 5~6명에 이른다.

이 단체는 본사가 확인한 결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부산.전북.충북 등 일부 지역에서 '유령단체' 의 전화 여론조사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여론조사를 빙자해 교묘하게 특정인을 홍보하거나 음해, 공명선거를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 강서구에서는 지난달 말 익명의 전화 여론조사가 실시돼 부산시선관위와 강서구선관위가 조사에 나섰다.

문제가 된 여론조사 문항은 '16대 총선 때 북.강서을 선거구에 국민회의 노무현(지구당위원장).한나라당 허태열(지구당위원장).무소속 안병해 후보가 출마하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 는 것.

이에 대해 안병해씨측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할 계획인데 무소속 출마라니 말도 안된다" 며 선관위에 수사를 요청했다.

컴퓨터를 이용, 무차별적으로 전화공세를 펴는 여론조사도 나타나 시민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주부 李모(42.전북 남원시 도통동)씨의 경우 자동응답장치(ARS)로 여론조사를 하는 정체불명의 단체로부터 지난 7일 오전에만 총선과 관련, 전화 2통을 받았다.

여론조사는 '누가 여당 공천받기를 원하는가'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후보는□' 등 11개 항목을 물으면서 특정인의 이름을 유난히 많이 거명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남원시선관위가 조사에 나섰으나 아직 여론조사자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 선관위도 비슷한 신고가 들어와 조사 중이다.

전북도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선거구별로 2~3개 유령단체가 전화공세를 펴고 있다" 며 "그러나 누가 하고 있는지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 문제" 라고 말했다.

선거법에 따르면 전문 조사기관이 공정한 문항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익명 또는 불공정한 문항으로 조사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강진권.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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