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우열반제 준비안돼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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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내년 신학기에 초등학교 1, 2학년이 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최대 희망은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반이나 모듬' 에 들어가는 것이 될 것 같다.

내년부터 이들 1, 2학년생이 교육부 방침에 따라 수학.국어 등에서의 학력수준에 맞춰 배우는 '수준별 교육' 첫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학부모들의 걱정 못지않게 각 초등학교측 고민도 적지않다.

내년 2월에 경험 많은 교사들이 많이 교단을 떠나기로 예정돼 있는데다 학급당 학생수 등 여러 측면에서 '수준별 교육' 을 실기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초등학교들이 아직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내년 초등학교 1, 2학년에 적용되는 7차 교육과정은 수학의 경우 교사가 학생들의 실력에 맞춰 단계를 나눈 뒤 뒤처지는 학생은 재이수.특별보충수업을 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국어.사회.과학은 심화.보충과정을 둬 우열반을 나누거나 같은 반에서 우열 모듬을 구성해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같은 수준별 교육 운영계획을 모두 학교측 자율로 짜도록 방침을 정해 놓았지만 학교들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8일 초등학교 교사 1천60명에 대해 '7차 교육과정 연수' 를 시작했다.

문제는 연수 대상 교사중 일부가 이미 명예퇴직을 신청했으며, 경험 많은 50대 교사를 내년 2월 이후엔 학교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내년 2월 명예퇴직예정 교사 3천5백여명 중 50대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서울 S초등학교의 한 관계자는 "40대 후반의 교사들이 주로 저학년을 가르쳐왔는데 이들 중 많은 수가 명예퇴직을 신청해 새 교육과정을 어떻게 끌고 갈지 걱정" 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도시의 경우 학급당 학생수가 50명을 넘는 학교가 많아 이들 학교에서는 수준별 교육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천교대 김재복(金在福)교수는 "수학은 단계별로 다양한 자료를 만들어 지도해야 하는데 현재 학교 형편상 무리" 라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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