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최초 보고서 예상대로 사직동서 작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직동팀 최초보고서 추정 문건의 출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

문건 작성자와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에게 전달한 과정 등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고 상황에 따라선 급진전할 기미도 있다.

수사의 초점인 문건 작성 기관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사직동팀 내' 로 기울고 있다.

사직동팀의 옷 로비 내사반에서 활동했던 경찰관 1명에 대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공식적으론 "아직 누가 작성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자료가 없다" 고 말하면서도 현재 소환을 거부하고 있는 사직동팀 관계자들이 모두 출두하면 뭔가 가닥이 잡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직동팀 한 관계자도 "동료들 사이에 옷 로비 내사반의 P씨가 문건 작성을 시인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고 전했다.

검찰은 이틀째 소환에 불응하다 8일 출두한 최광식(崔光植)사직동팀장을 상대로 문건 작성에 崔팀장도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문건의 출처가 좁혀지고 있는 데 비하면 문건의 전달과정은 아직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달과정에 사직동팀을 지휘했던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개입했는지 여부에 따라 파장이 크게 나눠질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은 일단 사직동팀의 문건관리 관행상 개인 유출 쪽으로 보고 있다.

사직동팀은 팀원들이 첩보와 탐문 결과를 연필로 써서 제출하면 컴퓨터를 담당하는 직원 1명이 이를 타이핑해 출력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 조직 내에서 컴퓨터로 작성된 문건이 유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연필로 적은 메모를 작성 당사자가 밖에서 따로 개인 컴퓨터를 이용해 정리한 뒤 金전총장측에 전달했을 수 있다고 본다.

또 중간에서 작성자로부터 누군가 연필 메모를 전달받아 이를 컴퓨터로 재정리해 金전총장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문건의 최초작성자는 사직동팀이지만 전달 과정에선 검찰 등 다른 정보기관이 관련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보기관 하부직원들끼리는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게 관행이어서 문제의 문건이 다른 기관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가필 또는 첨삭돼 문건의 형태가 변했을 수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김정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