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플라마톰-獨 지멘스 원자력부문 합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프랑스 국영 원자력에너지업체 플라마톰과 독일 지멘스그룹이 지난 6일 양사의 원자력사업 부문을 합병하겠다고 발표, 이 부문 세계최대 업체가 탄생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합병으로 새로 설립하는 업체의 지분은 플라마톰이 66%, 지멘스가 34%를 갖게 된다" 며 "새 업체는 정부당국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 3분기에나 법적으로 인정될 것" 이라고 7일 보도했다.

이번 합병은 양사가 지난 10년 동안 독일.프랑스 이외 지역에서 공동합작을 통해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온 데다 올초부터 합병협상을 진행해 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특히 양사는 차세대원자로인 EPR을 공동 개발, 오는 2010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으로 세계 원자력 업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새 합병업체의 매출액은 약 31억4천만달러다.

또 시장점유율은 20.9%로서 BNFL-웨스팅하우스(17.5%)와 제너럴 일렉트릭(11.4%)를 제치게 된다. 현재 세계 원자력산업의 시장규모는 31억달러다.

이번 합병은 방사능 누출 사고위험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수요가 감소하고 시장경쟁이 치열해지자 규모를 키워 비용을 절감하고 공동마케팅을 펼치자는 양사의 전략에서 비롯됐다.

또 양사가 지닌 기술을 통해 원자력발전소의 건설비용을 줄이자는 것도 합병이유로 꼽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LNG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의 건설비용을 비교할때 LNG 발전소는 1㎾의 에너지를 만드는데 4백50달러가 드는 데 비해 원자력발전소는 1㎾당 2천달러가 든다" 고 에너지 전문가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번 합병은 프랑스 항공기 제조업체 아에로스파시알이 독일의 DASA와 합병을 선언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프랑스.독일간 협력 증진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크리스티앙 소테 프랑스 재정.경제 장관은 "이번 합병은 유럽의 승리" 라고 환영했다.

한국전력 원자력연료부의 조희봉 부장은 "이번 합병은 핵에너지 분야의 세계시장이 한정된 데 비해 경쟁업체들이 많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왔다" 며 "한국의 원자력발전소 시장을 놓고 다국적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