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원자력연구소 핵연료 실험 도중 우라늄 0.2g 농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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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우라늄 농축 실험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확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2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소의 과학자들이 2000년 1~2월 자체적으로 극소량(0.2g)의 우라늄 농축 실험이 포함된 과학 실험을 했다"며 "IAEA가 지난달 29일부터 사찰팀 7명을 보내 원자력연구소에서 사찰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실험은 지난 2월 우리나라가 비준한 IAEA 안전조치 추가의정서에 따라 IAEA의 신고대상에 포함돼 정부가 지난달 17일 이 실험과 관련한 신고서를 IAEA에 제출했다. 실험 당시에는 사찰대상이 아니었다.

◆ 어떤 실험을 했나=우라늄 농축이란 천연원석에서 우라늄을 분리해 그 농도를 높이는 과정이다. 우라늄을 원자력발전소에서 쓰기 위해서는 천연원석에 들어 있는 우라늄(0.72%)을 3~4% 정도로 농축해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우라늄 농축 실험은 이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과기부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핵연료 우라늄을 전량 수입해 왔다. 특히 우라늄을 핵폭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게 10㎏에 농도가 90%에 달해야 한다. 결국 이번 실험을 수십만번 반복해야 핵폭탄 하나를 만들 정도로 0.2g은 미미하다.

정부도 과학자들의 실험을 조사한 결과 핵연료 연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결론지었다. 더구나 핵연료 국산화 연구 도중 우연히 우라늄이 농축됐다는 설명이다.

원자력연구소 장인순 소장은 "지난 2월 발효된 IAEA 안전조치 추가의정서에 따라 아무리 사소한 우라늄 실험이라도 신고대상에 포함돼 IAEA에 보고한 것"이라며 "농축한 우라늄 양이 0.2g에 불과해 연구자들이 실험 삼아 해본 수준"이라고 말했다.

◆ 곤혹스러운 정부=정부는 우라늄 농축 실험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원래 IAEA 신고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일부 외신에서 기사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날 오후 부랴부랴 공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 6자회담이 난관에 봉착해 있는 상황에 이런 문제가 터져 무척 난감하다"며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불필요하게 사태가 커지는 것을 막는 게 시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당장 북한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2002년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 프로그램 보유 논란이 일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2년간 한.미 양국의 집요한 협공을 받아온 북측으로서는 남측의 이 실험을 역공의 계기로 삼을 게 분명하다.

박신홍.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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