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선댄스영화제 대상 수상작 '쓰리시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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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인재 발굴에 정평이 나 있는 선댄스영화제의 올해 수확이 바로베트남 출신 토니 뷔(26) 감독이다.

지금까지 베트남 감독 하면 떠올랐던 '그린 파파야 향기' 의 트란 안 훙을 잇는 셈이다.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관객상.촬영상을 휩쓸어 토니 뷔에게 일약 명성을 안겨준 작품은 '쓰리시즌' (Three Seasons).세 빛깔의 사랑을 그렸다.

마치 계절의 양태처럼 다양한 무늬의 사랑을 은유한 것이다.

사랑은 세 갈래로 엮인다.

한센병(나병)에 걸려 은둔자로 살며 시작을 멈춘 시인과 그에게 시심(詩心)의 발흥을 재촉하는 연꽃 따는 소녀의 사랑이 큰 줄기다.

마치 칠레 시인 네루다와 이탈리아 집배원의 교감을 그린 '일 포스티노' 의 모티브를 닮았다.

여기에 시클로(세발 자전거)운전자와 아름다운 창녀의 사랑과 과거를 속죄하려 딸을 찾으러 베트남을 찾은 미군과 어린 소년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로 엮인다.

세가지 색실로 풍경을 직조한 한장의 태피스트리인 셈이다.

삼색(三色)의 사랑은 한결같이 넘치는 법이 없이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을 연출한다.

애잔하면서 웃음이 있고 담담하면서도 열정적이다.

게다가 탁월한 시적 영상미는 호치민시의 남루한 거리 풍경조차 아름답게 덮는다.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인들의 시각이 투영된 베트남 소재 영화에 길들여졌다.

뷔 감독은 그 모순의 역사 이면에 베트남인들의 사랑이 있음을 역설한다.

'피아노' 의 개성파 배우 하비 케이틀이 기획.제작.출연했고, 베트남 정상급 배우 돈 두옹 등이 가세했다.

베트남 올로케. 18일 개봉.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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