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뿌리가 되는 '단군조선' 의 실체를 알릴 자료가 어딘가에 쌓여있다면 우리 상고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을 것이다.
국내의 상고사에 관한 기록은 수많은 전란(戰亂)을 거치면서 대부분 소실되고 삼국유사 등 일부 서책에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일제때 조선총독부가 한민족의 혼을 말살하기위해 단군조선에 관한 책들을 몽땅 약탈해 태워버렸다는 설까지 있다.
해방후 출간된 '군국일본조선강점 36년사' 나 '제헌국회사' 등에 따르면, 조선총독부 초대총독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의 명령에 의해 1910년 11월부터 이듬해 12월말까지 1년2개월동안 고사서 51종20여만권을 약탈 당했으며 '단군조선' 에 관한 서적 대부분이 이 때 소실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 궁내청 쇼료부(書陵部 : 일명 황실도서관)에 '단군조선' 과 관련된 책들이 쌓여있다" 는 새로운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끈다.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자료에 목말라 하는 상고사 연구자들에겐 '단비' 와 같은 소식이기때문이다.
처음 이 주장을 한 사람은 1962년에 사망한 박창화(朴昌和)씨. 1933년부터 12년간 쇼료부에서 우리 상고사관련 사서를 분류하는 일을 담당했던 朴씨는 해방후 이 사실을 최기철(崔基哲)서울대 명예교수(담수생물학연구소장)에게 털어놨으며, 최근 崔교수가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1900년초 한성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충북 영동(永同)소학교와 배제고보 등에서 역사를 가르친 朴씨는 한국 상고사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 쇼료부에서 촉탁으로 근무하게 됐다고 한다.
崔교수는 "내가 청주사범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1945년에 朴씨를 역사교사로 채용했으며, 그 후 쇼료부에 단군조선 관련 서적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었으나 나와 전공이 무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며 "당시 朴씨가 쇼료부에서 읽었던 단군조선 관련 서적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줬으나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쇼료부 소장본들은 목록으로 정리된 것들만 접근이 가능해 朴씨의 말이 사실이라도 확인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혹시 새로운 한일 교류의 시대를 맞아 일본측이 쇼료부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면 몰라도.
김국진 기자